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 에밀리 디킨슨
That Love is all there is,
Is all we know of love;
It is enough, the freight should be
Proportioned to the groove.
- That Love is all there is / Emily Dickinson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에서 첫 번째 수록된 시다. 평생을 은둔하며 고독 속에서 살아간 에밀리에게 단 한 번 이성을 사랑한 때가 있었다. 그녀의 나이 서른쯤 되었을 때 기혼남인 목사를 좋아하게 된 것이다. 영화 '조용한 열정'에는 목사 부부와 에밀리 자매가 집에서 차담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목사 부인이 에밀리를 유난히 차갑게 대하는 모습이 그때의 정황을 짐작케 한다. 뒤에 목사가 부임지를 옮기면서 사랑은 실패로 끝나고 -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지만 - 실연의 불꽃은 시 창작으로 폭발하였다. 동시에 그녀를 더욱 집안에 고립시키는 계기도 되었을 것이다.
이 시에서 사랑의 대상으로 구체적인 인물이 시인의 머릿속에 내재하고 있었을 수 있다. 에밀리의 다른 시와 마찬가지로 사랑을 노래할 때도 기저에는 어떤 쓸쓸함이 깔려 있다. 사랑의 실패 후 에밀리는 현실에 대한 문을 완전히 닫고 시의 세계에 침잠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1,800여 편의 시를 썼지만 살아 있을 때 세상에 내보인 것은 일곱 편 정도였다고 한다.
에밀리 디킨슨은 세상의 관습과 제도, 고정관념을 철저히 거부했다. 당연히 문단과의 교류도 없었고 작품이 인정받지도 못했다. "시인이란 자기 시대를 증오하게 마련이다. 시인이란 말하자면 추방당한 자이다." 미국 시인 앨런 테이트의 이 말이 에밀리 디킨슨에게 딱 어울리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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