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봄꽃 삼총사는 노루귀, 은방울꽃, 앵초다. 그중에서도 아침 숲길에서 이슬을 송골송골 매달고 부끄러운 듯 숨어 피어 있는 순백의 은방울꽃을 보면 쪼그린 무릎이 펴지지를 않는다. 맑은 종소리에 정신이 아득해지는 탓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야생의 은방울꽃을 만나지 못한 지 꽤 되었다.
중앙고속도로 단양팔경휴게소 뒤편에 넓은 꽃밭이 있다. 고향에 내려갈 때면 들러서 눈요기를 하는 곳이다. 이번에는 화단 한편에 무리 지어 피어 있는 은방울꽃이 있었다. 고맙다, 이렇게라도 널 만나는 올봄이구나. 고개 들어 하늘 보니 아련한 어느 봄날이 떠올라 따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