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기세가 거세다. 전국이 폭염주의보와 경보의 빨간색으로 덮였다. 이럴 때는 집안에 있기보다는 차라리 산에 드는 게 낫다. 베낭을 챙겨 아내와 청계산을 찾았다.
처음에는 산자락을 도는 산림욕로를 걸을 예정이었으나 입구에서 생각이 달라졌다. 이왕이면 청계산을 조금이라도 올라보기로 한 것이다.올라가다 보면 산림욕로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기에 힘들면 그리로 내려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든 통로가 폐쇄되어 있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청계산을 넘어야 했다.
피서를 겸해 산에 쉬러 갔다가 제대로 된 등산을 한 셈이 되었다. 아내의 체력이 걱정이었지만 잘 버텨주었다. 아내로서는 오늘 산행이 자신을 갖게 되는 의미 있는 걸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산을 다 내려와서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연잎밥 도시락을 아내가 준비했다. 콩, 땅콩, 호두, 은행 등이 들어간 영양식이었는데 산에서 먹는 맛이 더욱 별미였다.
청계산에는 소나무가 많다. 소나무 능선이라고 이름 붙은 길도 있다.산속에서 이런 반송을 만난 건 처음이었다.
한여름 더위속에서 조금은 무리한 산행이었다. 그래도 이 정도를 걸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내년에 이사를 가면 청계산과의 인연도 멀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걷는 이 길이 이곳에서의 마지막 걸음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지금 여기에 존재함이 더욱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 산행 시간; 11:30 - 16:30
* 산행 경로; 서울대공원 - 과천 매봉 - 삼거리 - 이수봉 - 옛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