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채석강과 새만금방조제

샌. 2010. 8. 17. 16:41


바다를 보고 싶다는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함께 서해안으로 하루 나들이를 다녀왔다.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한 궂은 날씨였다.그러나 바닷물에 뛰어들 나이도 아니니 날씨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차라리 여름의 따가운 햇볕보다는 비 내리는 날이 더 좋은 부분도 있다.

 

장모님은 작년에 수술을 받으시고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지셨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매우 안타깝다. 아마 아내는 더 할 것이다.어디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신데 이번에는 직접 바다를 거명하셨다. 당신은 바닷가에서 하룻밤 지낼 생각까지도 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그 소원은 들어 드리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도 바닷가에 함께 나온 게 무척 오래 되었다. 아내가 아픈 뒤로는가족 여행을전혀 못했기 때문이다. 이곳 부안 쪽 바다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다.

 

변산 격포에 있는 채석강(彩石江)은 전형적인 해식절벽 지대다. 겹겹이 쌓인 퇴적암층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아래쪽 검은 부분은 가는 입자가 쌓인 이암으로 보인다. 저런 걸 층리 구조라고 하는데 호수 아래서 쌓이는 입자의 종류나 시기의 차이로 저런 형태가 나타난다. 드러난 저 정도의 층이 만들어지는데도 아마 수백만 년이 걸렸을 것이다.

 






말도 많았던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어 올 초에 개방되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그 길을 드라이브 했다. 환경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반대했지만 결국은 바다를 막았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둑길의 길이가 무려 33 km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라고 한다. 비 오는 흐린 날이라 바다 끝은 보이지도 않는데 길은 끝없이 뻗어나갔다.인간의 능력에 경탄하게 되면서도 솔직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인간이 무슨 일이든 못하랴.

 

2030년까지 이곳에서 우리는 천지개벽할 일을 보게 될 것이다. 새로 만들 '아리울'이라는 도시 이름까지 벌써 결정되었다. 천혜의 갯벌을 없애고 생태계를 파괴한 자리에 건설될 이 인공의 도시를 후세는 어떻게 평가할지 기다려 볼 일이다. 단지 몇몇 환경 극단론자들의 기우였다면 더할 나위 없이 다행스런 일이겠다. 그러나 경제적 논리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게 생명의 신비와 우주의 질서가 아니던가. 우리는 부(富)의 대가로 필경 값 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것도 제발 기우이기를.....

 




신시도에서 잠시 내려 바닷가를 산책했다. 장모님은 시원한 바닷바람에 오늘 나들이를 만족하셨다. 그래도 표정이 완전히 펴지지는 않으셨다. 장모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무게의 정체는 무엇일까? 장모님 옆에 있어도 장모님을 마음으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아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구나 핏줄의 애틋함이야 나보다 수천 배나 더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결국은 당신이 품고 해결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것은 이 세상 누구나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천성대로 산다. 이승에서 누리는 복과 화는 많은 부분 스스로가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식사를 잘 못 하시는 장모님을 위해 점심은 백합죽으로 했다. 겸하여 백합무침과 바지락국수도 시켰다. 돌아오는 길에는장모님의 청으로 부안 시장에도 들렀다. 곧 다가오는 제사 준비를 장모님은 미리 하신 셈이 되었다.

 

채석강과 새만금방조제를 하루에 걸쳐 둘러 보았다. 바닷가 나들이 장소를 내 기준으로 정했지만 장모님으로서는 굳이 장소가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떨어져 있는 자식을 곁에서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크지 않았을까. 노년의 쓸쓸함과 위로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든 하루였다. 장모님의 건강과 평화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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