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머니에게 다녀오다

샌. 2023. 12. 7. 09:00

어머니 표정이 어두웠다. 목소리에도 힘이 없었다. 방에 들어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틀 전에 꾼 꿈 때문이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타나서 어머니가 오기를 기다리더라는 것이었다. 꿈에서는 이심전심으로 느껴지니까. "나 금방 갈 께요" 하니 외할머니는 아무 대꾸 없이 등을 돌리고 걸어갔다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곧 죽을 것 같다." 어머니는 수심이 가득하셨다.

 

"그건 아직 갈 때가 안 됐다는 뜻이에요. 외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어서 오라고 해야 데려가는 거지요. 외면하며 뒤돌아서 갔잖아요." 내 말에 어머니는 미심쩍어하면서도 다소 안도하셨다. "빨리 죽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망설이며 주춤한다. 생(生)에의 본능이 그만큼 질긴 것이리라. 나는 안다. 지금 같은 어머니 건강 상태라면 백수(百壽)도 수월하게 넘기리라는 것을. 물론 노인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시기에는 죽음이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주위에서 부음이 자주 들린다. 며칠 전에는 60대 중반 되는 이웃분이 잠을 자다가 심장마비로 돌연 세상을 떠났다. 평소 건강하신 분이어서 더욱 놀랐다.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갈 때 노인들의 심사가 어떠하겠는가. 식사도 거르며 우울해 하는 분도 보았다. 어쩌면 먼저 간 사람이 행복한지 모르겠다. 슬프고 안타까운 것은 남아 있는 사람이 몫이다.

 

저녁 무렵 고향 동네 앞 개천을 산책했다. 해가 떨어지며 서산 하늘이 발갛게 물들었다.

 

 

어머니 옆에서 이틀 밤을 자면서 함께 지냈다. 농사일이 모두 끝나서 그런지 어머니는 많이 무료해 보였다. 이번에는 유독 '사는 게 헛것이다' '자식한테 짐이 되어 우짜노' 등의 넋두리가 잦았다. 꿈의 여운이 계속 남아 있는가 보다.

 

겨울 양광(陽光)이 비치는 방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따스했다. 옆집에 사는 친구와 점심 약속을 했다가 취소되어 오히려 고마웠다. 훗날 어머니 옆에 있던 이 사진의 장면이 애틋하게 그리워질 때가 찾아오리라. 어쩔 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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