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물빛공원 반영

샌. 2023. 12. 14. 11:14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에 있는 한 식당에서 점심 모임이 있었다. 전 같으면 서울 나가는 데 당연히 대중교통을 이용했겠지만 요사이는 자가용을 끌고 나갈까 말까를 고민한다. 편하게 다녀오기 위해서는 자가용이 훨씬 낫다. 이번에도 유혹에 넘어가 결국은 자동차 키를 꺼내 들었다. 편한 게 선택의 우선순위가 된다는 것은 늙었다는 징후 중 하나다. 

 

대중교통이 있는데 굳이 자가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서 지구 환경은 생각하지 않은 채 제 한 몸 편하자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었다. 세상은 돌고 도는가, 그런 손가락질을 이제는 내가 받게 되었다. 어쩔 수 없지 뭐, 라고 불편해지는 마음을 외면할 정도로 철면피가 되어 가는 나를 본다.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물빛공원을 한 바퀴 산책했다. 호수 반영이 실재(實在)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선명했다. 호기심에 사진을 180º로 돌려보았다. 어디가 실재이고 어디가 그림자인지, 이 정도면 눈으로는 둘을 구별할 수 없다.

 

 

분명히 한쪽은 실재이고 다른 쪽은 환영(幻影)이다. 호수에 돌을 던지면 둘의 차이는 명확히 드러난다. 우리 뇌가 만드는 온갖 현상은 환영이지 않을까. 실재의 반영이긴 하지만 실재는 아니다. 우리는 뇌의 요술에 현혹되어 실재라고 착각할 뿐이다. 불교는 그 실재마저 부정하니 얼마나 깊은가. 공(空)과 허(虛)의 개념이 참으로 아득하다.

 

호수의 반영이 아름다웠던 물빛공원의 오후였다. 잔뜩 흐렸지만 바람 없이 고요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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