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장모님을 뵙고 오다

샌. 2024. 4. 16. 12:06

장모님을 뵈러 전주에 내려가서 3박4일간 있었다. 아내는 자주 내려가지만 함께 가기는 오랜만이었다. 어쩌다 보니 각자 자신의 어머니를 주로 챙기게 되었다. 아무래도 마음씀이 내 혈족만 하겠는가. 아내가 내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이 나와 같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임을 안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자연스레 살아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그렇지 못해서 자주 부딪치며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이젠 어느 정도는 의무감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첫째 날은,

내려가면서 대전에 있는 계족산 황톳길에 들렀다. 요사이 맨발 걷기가 유행인데 그 원조가 장동산림욕장 안에 있는 이 황톳길이다. 계족산 황톳길은 2006년에 임도 14.5km에 황토 2만여 톤을 투입하여 조성한 맨발 걷기의 명소다. 

 

 

임도 한 편에 황토를 깔아 황톳길을 만들었다. 물을 뿌려 촉촉한 구간이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은 딱딱하게 굳어 있어 아쉬웠다. 어쨌든 발바닥에 닿는 서늘한 느낌이 좋았다. 나도 여기에서는 처음으로 신발을 벗었다. 

 

 

이 황톳길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는 선양소주 조웅래 회장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어느날 산행을 왔다가 하이힐을 신고 걷는 여성을 보고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주고 맨발로 걸어 내려왔는데, 다음날 몸이 가벼워진 걸 느끼고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만들었다는 일화다. 거의 20년 전인데 돌고돌아 다시 맨발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둘째 날은,

장모님을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인근에 있는 전주 종합경기장 둘레를 산책했다. 이 경기장도 곧 철거가 시작되고 호텔과 백화점, 컨벤션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오후에는 봄바람을 쐬러 장모님을 모시고 바깥으로 나갔다. 먼저 전주동물원에 들렀으나 휴일이어선지 주차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워 되돌아나왔다. 한적한 곳을 고른 것이 완주 송광사였다. 오가는 길의 시골 풍광이 따스했다. 

 

 

경내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연등을 설치하는 작업으로 분주했다.

 

 

전에 왔을 때는 건물을 새로 짓는 등 어수선했는데 이제는 절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담을 따라 활짝 핀 자주괴불주머니가 많았다.

 

 

 

셋째 날은,

전주천과 삼천을 걸었다. 기온이 25도를 웃돌아 그늘길을 찾아야했다.

 

 

어느덧 철쭉과 영산홍의 때가 되었다.

 

 

소래풀꽃도 만나고,

 

 

전주천에서 삼천으로 접어들었는데 강변의 봄 풍경이 초록초록했다.

 

 

 

넷째 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겹벚꽃을 보러 서산 문수사에 들렀다. 꽃은 만개했는데 비가 내리는 날이라 주차장은 반도 차지 않았다. 붉은색의 겹벚꽃은 일반 벚꽃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이번에는 처갓집 네 형제가 모두 모일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난 형제가 있었고, 다들 비슷한 희로애락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수월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누구도 세월의 무자비함을 피할 수 없다. 장모님의 정신에도 노쇠해지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었다. 그래도 비슷한 연세의 타인에 비하면 축복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살아가는 일이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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