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9년 만에 대모산을 걷다

샌. 2024. 4. 17. 19:15

수서에서 점심 약속이 있던 차에 겸하여 대모산(大母山) 길을 걸었다. 9년 만이었다. 대모산입구역에서 내려 10여 분 걸어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만나고, 산길은 일원터널 위를 지나간다.

 

일원터널 위에서는 재건축된 스타힐스아파트가 보였다. 5층 짜리 허름한 서민 아파트가 있던 자리인데 어느새 모던하게 일변했다.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살던 친구집에 바둑 두러 자주 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서 있었다. 30년도 더 전이니까 까마득한 옛날이다.

 

 

나에게 대모산은 3, 40대 때의 추억이 오롯이 담긴 산이다. 집에서 걸어 다닐 정도로 가까웠으니 뒷산처럼 수시로 오갔다. 그 뒤로 대모산과 멀어진 것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셈이다.

 

산 중턱에 있는 불국사(彿國寺)를 찾아보았다. 얼마나 변했을까, 궁금했는데 의외로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서울 강남에 소재한 절이지만 물질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의지가 읽혀서 고마웠다. 실상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산길에서는 잎 모양이 다른 다양한 현호색이 보였고,

 

 

떨어진 벚꽃잎이 길을 덮고 있었다.

 

 

대모산 정상부에서는 서울 시내가 거침없이 내려다보였다. 높은 키를 자랑하는 타워팰리스와 롯데타워가 우뚝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어서 시야는 흐릿했다. 황사 탓에 미세먼지 수치가 200㎍을 넘은 날이었다. 

 

 

대모산 꼭대기를 지나 동쪽 능선을 타고 수서역으로 내려갔다. 산을 오를 때 너무 여유를 부리다가 하산 길은 걸음이 빨라졌다. 지름길로 내려가다가 철조망으로 막혀서 되돌아오기도 했다. 대모산에서 알바를 하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40년 전 같이 근무했던 옛 직장 후배들과 만났다. 갓 대학을 졸업했던 20대의 풋풋한 젊음이 어느덧 60대가 되어서 마주 앉았다. 다들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속절없는 세월의 쓸쓸함 또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가련한 존재들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들의 만남은 애틋하고 정겨울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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