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괴물 부모의 탄생

샌. 2024. 4. 19. 10:23

교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는 소풍이나 체험 학습을 꺼려한다는 보도를 보았다. 작은 사고만 나도 고소를 당하고, 심지어는 자기 아이에게 독방을 달라고 요구하는 극성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작년에는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으로 고통을 받던 교사가 자살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가 되었다. 지나치게 제 자식만 챙기면서 교사를 괴롭히는 학부모를 일본에서는 '괴물 부모'라고 부르는 것 같다. <괴물 부모의 탄생>은 우리보다 먼저 이런 병증을 겪고 있는 일본과 홍콩 사례를 중심으로 괴물 부모가 생겨난 원인과 내재한 심리,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담임이 말하는 괴물 부모의 악행을 보면 기가 차는 사례가 많다. 소풍을 갔다왔는데 제 딸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고 다시 소풍을 가라고 요구한다든지, 담임의 액세서리나 아이폰을 본 아이가 사 달라한다고 갖고 다니지 말라고 한다는 둥 어처구니없는 예가 수두룩하다. 이런 괴물 부모의 특징은 대체로 이렇다.

1) 자녀의 삶을 과도하게 통제한다.

2) 자녀에게 무리한 일정을 요구한다.

3) 경쟁에서 승리를 추구한다.

4) 자기 가족과 자녀를 위한 이기주의 및 사회와 타인에 대한 피해 의식이 있다.

5) 가난한 이를 차별하고 무시한다.

 

무엇보다 괴물 부모의 특징 중에서 이중성이 주목 되었다. 타인에게는 자기 자식을 왕자나 공주처럼 대해주기를 바라지만, 정작 자신은 자식을 제 뜻대로 통제하려 하고 거침없이 다룬다는 것이다. 사랑의 껍질을 쓴 아동 학대이기도 하다. 괴물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대인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충동성이 강하며, 부모 의존도가 심각해진다. 스스로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것이다. 괴물 부모는 자식을 아낀다고 하면서 사실을 자식을 망치는 일을 한다.

 

괴물 부모의 본질은 자기 증오와 자기 연민이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자신과 자신의 삶에 증오를 가진 사람은 자신 안에 독을 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동시에 그들은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연민을 갈구한다. 자기 증오 때문에 그들은 자녀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듯이 행동한다. 또한 자기 연민 때문에 그들은 자녀 역시 자신을 끔찍하게 사랑해 주고 기적을 일으켜 주기를 바란다. 괴물 부모는 자신의 문제 때문에 자녀를 신이나 메시아로 우상화하고, 그 과정에서 독에 물들게 하여 자녀를 괴물 아이로 만들게 된다. 결국 본인이 치유되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자녀와 관계된 모든 곳이 괴물 부모의 분노와 연민의 쓰레기 터가 될 것이다. 그곳에는 그 독 때문에 쓰러지는 안타까운 교사들과 자녀의 친구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괴물 부모의 탄생에는 지나친 경쟁 사회의 성공 강박증, 저출생에 의한 과잉보호, 독박 육아에 의한 부모와 자녀의 일체화, 극단의 내 자녀 이기주의가 원인으로 얽혀 있다. 시대의 극단을 균형 있게 절박하게 쫓아가면서 도태의 불안에 휩싸인 사유하지 않는 부모들은 결국 '내 자녀 지상주의'를 넘어서지 못하는 비극적 상황에 놓이고 만다. 자녀라는 볼모에 사로잡힌 인생이 되고 마는 것이다.

 

염치가 상실된 괴물화된 사회를 우리는 살아간다. 괴물화된 사회의 여러 병리적 현상 중 하나가 괴물 부모의 등장이다. 지은이는 이 시대를 '독이 든 사랑이 넘치는 시대'라고 부르면서 이렇게 마무리한다.

 

"독이 든 사랑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병든 부모 - 자녀 관계가 넘쳐나는 시대에 들어왔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여러 학원과 어린이 청소년 모임에서 이 독배의 사랑을 나누는 부모들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저출생, 초경쟁, 학벌주의, 부동산 문제가 독배를 마셔야 하는 사랑을 탄생시켰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는 병든 사랑의 관계에 빠져들어 가는 이상한 가족들을 더 많이 만날 것이다. 사회적으로 혐오와 차별은 확대되고, 양극화에 따른 구획화(부자와 빈곤층이 지역적으로 완전히 나뉘어 사는 현상)가 확장되며, 관계에서 얻은 상처로 인한 병적 착취와 학대도 증가할 것이다. 희망을 찾으려면 우리 사회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이 땅을 떠나야 한다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다. 괴물 부모의 독이 든 자녀 사랑과 그로 인한 주변의 파괴를 막을 수 있는 건강한 사회적 힘이 우리 내부에서 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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