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여자가 되어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여자의 속성이 부러워서라기보다 여자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가 궁금해서다. 여자가 바라보는 남성, 여자가 바라보는 가족, 여자가 바라보는 생명 등은 남자의 관점과는 다를 것 같다. 우리는 이성(異性)과 섞여 살지만 어쩌면 죽을 때까지 상대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지 모른다.
천운영 작가의 소설 <반에 반의 반>은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작의 형식으로 작가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사연들을 담고 있다. 딸조차도 어머니를 오해하는데 남성이 여성을 이해하기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남성은 체화한 인습과 관념의 색안경을 끼고 여성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지만.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에서는 작가가 보여주는 다양한 인간과 세상사가 펼쳐진다. 소설은 현실이 닿지 못하는 영역이나 감추고 있는 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에 인간과 세상에 대한 폭넓은 추체험이 가능하다. 이번에 <반에 반의 반>도 그런 관점에서 진지하게 읽었다.
천 작가의 글은 색다르다. 패미니즘이나 가부장제와는 거리를 두면서 어쩌면 더 환한 풍경으로 여성의 삶을 기록한다. 이 소설은 기길현과 남명자라는 두 여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여성이지만 작가는 평범함에 묻힌 싱싱하고 반짝이는 생명력을 발견한다. 이 땅을 살아갔고 살아가는 모든 여성, 나아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네고 싶어진다.
천운영 작가의 소설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느낌이 좋았다.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보려 한다. 책에 나오는 한 구절을 옮겨본다.
"우리도 힘들었다고, 그 고난의 시절을 정면으로 뚫고 나가야만 했던 세대였다고. 생은 언제나 처음 맞닥뜨리는 사건들의 연속이니까. 같은 일이 일어나도 같은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각자, 자신의 생을 밀고 나가기 위해 온 힘을 다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