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도서가 초판 30쇄를 했다는 사실이 반가우면서 놀라웠다. 이마저 2022년 기준이니 지금은 더 올라갔을 것이다. <떨림과 울림>은 물리학의 기초 이론을 설명하지만 내용이 쉽지만은 않고 상당히 철학적인 책이다. 인기 요인 중에는 지은이인 김상욱 선생의 유명세 덕분도 있을 것이다.
<떨림과 울림>은 우주에서 시작하여 힘과 에너지, 시공간에 대한 해석, 엔트로피와 양자역학 등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물리학의 틀과 이론을 보여준다. 기존의 과학서적과는 다른 접근법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물리 이론이 세상의 구조를 밝히는 걸 넘어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과 연결될 때 물리학은 따스한 학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상욱 선생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원자를 설명하면서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책에는 감탄할 만한 표현들이 숨어 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빅뱅 이후에 물질과 반물질이 10억 분의 1 정도의 차이로 비대칭이 생겨났다. 아니었다면 물질이 만들어질 수 없었거나 전혀 다른 우주가 되었을 것이다. 이 기묘한 비대칭으로 우리의 우주가 생겨났음을 이런 문장으로 나타낸다.
"적절한 크기의 삐딱함이 세상을 만들었다."
우주의 본성을 '삐딱하다'라는 단어로 표현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인간 세상도 비슷하게 유추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른 종들과 다른 호모 사피엔스의 '삐딱함'이 현재 우리의 문명을 만들고 있지 않나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책 제목처럼 '떨림과 울림'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떨린다. 원자가 떨고, 빛이 떨고, 진동이 떤다. 물리학의 최전선인 초끈이론도 원리는 간단한 끈의 떨림이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이렇듯 인간은 떨림이면서 울림이다. 이것은 인간 세상을 설명하는 불교의 인드라망과 다르지 않다. '인드라'라고 불리는 그물은 한없이 넓은데 그물코마다 구슬이 달려 있어 각각은 구슬은 서로가 서로를 비추어지는 관계라는 것이다. 모든 존재는 서로 의지하며 연결되어 있다. 물리학자가 바라보는 세상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김상욱 선생은 자신이 물리학을 공부하며 느꼈던 설렘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떨림과 울림>을 읽으면서 지은이의 진심이 전달되어 왔다. 지은이는 과학이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태도이자 사고방식이라고 강조한다. 과학에 대한 관심은 우리 사회가 더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되는 기초가 된다고 믿는다. 지은이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