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꽃의 순위를 조사한다면 은방울꽃은 누구에게서나 상위에 추천 받을 것이다. 넓은 잎 사이에 숨어 있는 은방울꽃을 본다면 감탄사와 함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지리라. 마치 귀여운 어린이를 보듯 말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동심에도 젖을 것이다. 은방울꽃의 방울소리와 향기는 우리를 그렇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요사이는 화단에도 은방울꽃을 많이 심기 때문에 흔하지만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다 산속에서 만나는 은방울꽃은 그 느낌이 더 각별했다. 숲의 요정인 은방울꽃, 그 순백의 순결함과 향기에 취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과학 잡지에서 은방울꽃 향기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일반적으로 남녀의 후각 민감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민감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은방울꽃의 은은한 향기의 주성분인 부르지오날(bourgeonal)은 남성이 여성보다 2배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 부르지오날은 남성이 더 민감한 유일한 향기인 셈이다. 이것은 진화 과정에서 성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으리라고 추정할 뿐 아직 그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난자나 주변 세포가 부르지오날과 비슷한 물질을 분비해 정자를 이끌어 들인다는 추정은 있었다. 그렇다면 은방울꽃은 가장 여성다운 꽃이라고 할 수 있다. 남성을 향기로 유혹하는 꽃, 그렇다면 은방울꽃에 끌린 것은 모양보다는 그 미묘한 향기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