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아까시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샌. 2010. 5. 22. 16:03


집 뒷산이 온통 아까시꽃으로 덮였다. 청산(靑山)이 백산(白山)으로 변했다고 할까, 아까시꽃 향기가 하루 종일 집안으로 불어온다. 아까시 달콤한 향내에 코가 얼얼할 정도다.

 

서울인데도 이곳은 참 특이하다. 저녁이면 개구리 노랫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아침이면 닭 울음소리가, 여기가 어디지, 하며 되묻게 한다. 그래도 명색이 서울인데 개구리 소리와 닭 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 있나 싶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주변에 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닭을 기르는 집이 있을 성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어디선가 저녁이면 개구리들의 합창소리, 아침이면잠을 깨우는 닭 소리가 들린다. 희한한 일이다. 단지 나는 여기에 사는 동안 기대치 않은 그 복을 누릴 뿐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날씨가 흐리더니 조금 전부터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까시꽃 향기 속으로 찾아가고 싶었은데 이젠 글러버렸다.게으름을 부린 결과다. 그러나 일 없이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것도 재미있다. 아까시가 궁금해지면 뒷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아까시꽃 향기가 둔감해진코를 다시 예민하게 자극한다. 점심은 라면에 소주 몇 잔을 기울였다. 알콜 기운에 기분이 업 되었고,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이생에서 무엇을 더 바라랴. 또한 무엇이 더 되려고 하랴. 이렇게 봄날이 가는 거지. 아까시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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