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아내의 메모

샌. 2010. 5. 14. 12:16


책상 위에 아내가 쓴 메모지가 놓여 있다. 어디에서 옮겨 적었는지 급히 쓴 흔적이 역력하다. 요사이 아내는 몸에 대해 노심초사하며 걱정이 많다. 2 년 전에 큰 수술을 받은 뒤로 아직도 후유증이 가시지 않았는데 또 가슴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악성으로 진행되지 않는지 주기적으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음식과 함께 몸무게에 주의하라는 경고도 의사에게서 받았다. 메모지를 보다가 특히 ‘암’이라는 글자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아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다. 본인은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싶다. 내 생각 같아서는 병에 대해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게 도리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은데 아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옆에서 아무 힘도 되어주지 못하면서 자주 내 생각대로만 타박을 하기 일쑤다.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다. 별나고 무뚝뚝한 남편을 만나서 고생이 많은 아내다. 여보, 미안해. 책상 위 아내의 메모가 나를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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