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그렇지만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숨 막히도록 집약된 꽃이 꽃마리다. 예쁘지 않은 꽃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꽃마리는 특별하다. 꽃마리를 보면 하느님이야말로 정말 멋진 디자이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지금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마리를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도 많다. 무엇이든 존재한다고 다 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살 뿐이다. 꽃마리를 알고 모르고 인생을 사는데 별 차이가 없지만 작은 꽃의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마음 또한 소중한 것도 사실이다.
참꽃마리는 꽃이 커서 그런대로 눈에 잘 띄지만 꽃마리는 그렇지 않다. 허리를 굽히고 가만히 바라볼 때 그게 꽃이었음을 알게 된다. 맑은 하늘색의 다섯 장 꽃잎 가운데에는 노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그 안에는 노란색 알갱이들이 들어있는 게 보인다. 거의 돋보기로 보아야 하는 수준의 크기다. 말려진 줄기 끝에서는 새로운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있다. 꽃봉오리색은 연분홍인데 꽃이 피면서 하늘색으로 변한다. 꽃마리를 보고 있으면 자연의 신비와 오묘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꽃마리는 너무 작아서 더욱 아름답다. 그 작은 한 송이 꽃에서 전 우주를 느낄 수도 있다. 하나 속에 전체가 들어있고, 전체 속에 하나가 있는 것이다.
꽃마리의 영어 이름은 ‘korean forget-me-not’이라고 한다. ‘한국 물망초’라는 뜻인데 꽃마리나 물망초나 같은 지치과의 식물이다. “나를 잊지 마세요.” 수줍어서 말은 못하고 작은 꽃으로 피어난 마음이 꽃마리인 것 같다.
마음 밭 잡풀 태워 어둔 맘 불 밝히니
촉촉이 입술 내민 새벽 길 하늘 여인
수줍음 구름 가리어 다소곳이 안기네
웃는 듯 아니 웃는 듯 분간키 어려워라
감춰둔 속뜻이 있는 듯도 뵈는 것이
수줍어 말을 못하는 어린 누이 같구나
귀여운 얼굴 가득 고운 미소 피워내어
오가는 길손 걸음 잡아두는 그대여라
작아도 할 일 다하는 앙증맞은 꽃이여
- 꽃마리 / 최원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