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덜 익은 감을 깨문 것처럼 떫다. 인생의 맛이 어떠냐고 물으면 요사이는 그렇게 대답할 것 같다. 봄의 우울이 미열처럼 찾아왔다. 주기적으로 마음이 앓는 계절병이다. 감기에 치료약이 없듯 아픈 마음도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안다.
“내 몫의 고통이 있는 거죠.” 전에 후배로부터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후배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건만 초연하게 말했다. 삶에는 누구에게나 각자가 감내해야 할 고통의 몫이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은 연기(緣起)로 얽혀 있지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원인을 인간의 이성으로 일일이 헤아릴 수는 없다. 어떤 때는 하늘을 원망하고 하느님을 원망한다. 왜 이런 고통이 찾아오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외롭지 않고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을까. 그때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받아들인다면 마음의 짐이 훨씬 가벼워질 것 같다.
오늘 아침은 출근할 때 일부러 먼 길을 걸었다. 한강의 강바람이 시원했다. 이것은 우울에 대한 내 나름의 처방이다. 바람이 말했다. 이건 네 마음 들여다보기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사인이야. 좋은 것뿐만 아니라 나쁜 것도, 마음에 드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아픔도 슬픔도 다 껴안고 가는 게 인생이거든. 고통에 대한 긍정이 인생에 대한 긍정에 다름 아닌 것 같다. 내 몫의 고통이 있는 거죠, 라는 후배의 말이 또한 내 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모래처럼 버스럭거리는 인생을 그나마 살아내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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