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차밭 하면 대한다원(大韓茶園)이 대표적이다. 차밭 중에서 가장 일찍 관광농원으로 지정되었고 규모도 제일 크다. 1950년대에 조성을 시작했는데 현재는 170여 만 평의 면적에 580여 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차나무 외에도 삼나무나 편백나무 등의 관상수도 많이 심어져 있다.
늦은 2월의 어느 날 아침, 대한다원을 찾았을 때는 인적이 끊긴 채 조용했다. 우리 일행 외에는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호젓하게 차밭을 산책할 수 있었지만 파릇파릇한 초록색 찻잎을 볼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이었다.늦겨울의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사진으로 보던 차밭의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대신에 쭉쭉 뻗은 삼나무 숲길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많은 삼나무를 한꺼번에 만나는 것도 처음이었다. 삼나무는 일본이 원산으로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나무다. 일본의 산야에 조림용으로 심어 놓은 것이 대개 이 삼나무다. 삼나무는 가구나 건축재로 많이 사용되는데, 대개 30년 정도 키우고 벌채를 한다. 대한다원에서 본 이 삼나무들도 수령이 30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삼나무는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추위나 가뭄에 약하기 때문에 주로 남부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나무가 곧게 뻗으며 원뿔형의 기하학적 모양을 하고 있어 가로수로 아주 좋다.
이 삼나무 길을 걸으면서 일본 야쿠시마에 있다는 6천 년 된 삼나무를 생각했다. 살아 생전 그 나무에 한 번 경배라도 해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