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반포를 한 바퀴 돌아오다

샌. 2010. 1. 29. 19:25


오늘은 서초구로 산책을 나갔다. 집에서 약 30분 가량 걸어가면 서리풀공원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작은 산으로 된 녹지가 반포 지역까지 연결되어 있다. 중간에 몽마르뜨공원이 있고 누에다리를 지나서 내려가면 고속터미널이 나온다. 아내와 함께 첫 걸음을 해 보았다.

 

산책을 하는 길은 여러 종류가 있다. 되도록이면 시내의 번잡한 길은 피하는 편이지만 오늘 같은 날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길은 늘 가벼운 흥분을 일으킨다. 이석원의 산문집에서 이런 글을 읽었다.

 

'세상에 길은 많고, 모든 길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여행지에서의 산책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 근처를 거닐게 된다. 그리고 그날그날 산책의 용도에 따라 코스 또한 다양하게 선택된다. 운동을 겸해 약간 빠르게 걸을 수 있는 길, 생각할 것이 있을 때 찾는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길, 가라앉아 있는 기분을 끌어올려줄수 있는 불빛이 많고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길 등등. 길은 그렇게 여러 가지 모습을 지녔다. 곧은 길, 구불구불한 길, 정돈이 잘된 길, 돌들이 곳곳에 박혀 있어 뒤뚱뒤뚱 걸어야 하는 거친 길, 길가의 나무가 그림처럼 둘러진 조경이 잘된 길, 황량하고 메마른 풍경을 가진 길, 늘 다니는 익숙한 길,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 길은 풍경이고 풍경은 우리에게 생각과 느낌을 준다. 길을 걸으며 흐르는 풍경을 목도하는 것이 바로 산책이다.'

 

'누구나 산책을 한다. 그러나 산책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산책이란 누군가에겐 즐거움이요, 또 어떤 이에겐 건강을 위한 몸의 움직임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눈가에겐 고민과 생각의 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마다 다른 산책의 모습은 그들 각각의 삶의 모습과 닮아 있다. 누군가에겐 잠시 동안의 여가인 일이 누군가에겐 결코 여가가 아닌 삶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느긋하게 동네 정경을 살피는 한가로운 일이 어느 누군가에겐 고통을 잊으려 집을 뛰쳐나온 절박한 행위가 될 때도 있다.'

 


몽마르뜨공원에서는 운동기구로 잠시 놀았는데 거꾸로 매달리는 기구에 누워 보았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도 가끔 한 번씩 뒤집어 본다면 재미있을 것 같다.

 


반포로를 가로지르는 이 육교가 지난 해에 세워졌다. 외부에서 조립한 것을 하룻밤 사이에 설치해서 화제가 되었던 다리다. 디자인도 멋있는데 생긴 모양이 누에 같다고 해서 '누에다리'로 불린다.

 


누에다리에서 남쪽 방향으로 본 반포로의 모습이다. 도로 끝에 예술의 전당이 있고 터널을 지나면 과천과 연결된다.

 


가톨릭 성모병원 옆으로 해서 산을 내려오면 반포 고속버스터미널이다. 여기서부터는 복잡한 시내 길로 들어선다. 목표로 했던 반포천을 찾지 못해 헤매었는데 어느 분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그분을 따라 한참을 지하상가를 관통해 나갔다. 새로 건축한 반포 래미안 아파트 안에 오래된 소나무가 있다고 해서 들어가 보았으나 찾지는 못했다. 대신 고급 아파트 단지 구경은 잘 했다.

 


여기가 반포천 길의 시작점이다. 오후 들면서 하늘에는 구름이 덮히고 바람이 차가워졌다. 그래선지 산책로는 휑 하니 비어 있었다. 아내는 무릎이 시리다고 자꾸 몸을 움츠렸다.

 


반포천을 따라 약 30분 정도 걸어가면 한강에 닿는다. 동작대교 남단에 새로 생긴 전망대에 올라갔다. 이름이 '노을 까페'다. 커피 두 잔을 시키고 몸을 녹였다. 평일 낮이어선지 한가했는데 이것저것 챙겨주는 주인이 무척 친절했다. 큰 유리창으로 한강을 내려다보는 전망이 시원했다.

 

아내는 찬 기운을 이기지 못해 동작역에서 전철을 타고 먼저 들어가고 나는 국립현충원 뒷산길을 따라 걸어서 돌아왔다. 먹구름에서 눈발이 날리기도 했지만 몸은 가볍고 상쾌했다.

 

* 걸은 시간; 11:00 - 15:00

* 걸은 경로; 사당동 - 방배동 - 서리풀공원 - 몽마르뜨공원 - 고속터미널 - 반포천 - 동작대교 - 동작역 - 사당동

* 걸은 거리; 약 12 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