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사람들이 없는 자리에서 사람이 되려고 애써라

샌. 2010. 2. 4. 15:41


거실로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환하다. 집안은 고요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여기가 절간인지 수도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리고 나는 아무 할 일이 없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자식들이 다 자라서 자기 일에 바쁠 나이가 되면자연 홀로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밖으로만 나돌았던 시선이 이젠 안으로 항하게 된다. 퇴직을 경계로 인생의 2 막이 열린다.

 

스스로 충만해지는 법을 하나하나 배워나가야겠다. 공허함 때문에 여전히 예전의 수다스러움이나 어울림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유혹도 받는다. 그것이 일시적인 즐거움은 되겠지만 어쩌면 삶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직시하면서 내부로 침잠함이 필요한 때다.

 

"사람들이 없는 자리에서 사람이 되려고 애써라."

 

유대의 현자 힐렐의 말이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 삼갈 수 있는 경지는 탐나기만 할 뿐인 것을, 그래서 현자도 '되어라'가 아니고 '애써라'고 한 것 같다.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는데, 눈과 귀는 오늘따라 유난히 환하고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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