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전주천을 산책하다

샌. 2010. 1. 26. 09:29


전주에 간 길에 전주천을 산책했다. 덕진동 백제교에서 시작하여 하류 방향으로 걸었다. 사평교, 가련교, 추천교를 차례로 지나친 뒤 그 아래에 있는보를 가로질러 천의 반대쪽으로 건너갔다. 날씨가 많이 누그러져서 걷기에 적당한 날씨였다. 많지는 않지만 운동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오랜만의 걸음이라 기분이 새로웠다.방학에는 한껏 게으름을 부려보리라 다짐하고 일부러 몸을 움직이지 않던 터였다. 그렇게 반대로 살아보는 재미도 있다. 가장 애로사항은 몸이 둔해지고 소화가 잘 안 되는 현상이다. 아마 체중도 살금살금 오르고 있을 것이다.

 

전주천은 하류로 내려갈수록 폭이 넓어지면서 시원시원했다. 그리고 천변에는 마른 갈대와 억새가 많았다. 보도를 보니 전주천 도심 구간에서 수달 배설물이 대량으로 발견된다고 한다. 수달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수질이나 환경이최악인 이곳까지 양식을 찾아 내려온 그들이 불안하기만 하다.

 


천변을 가로지르는 섶다리가 눈길을 끌었다. '섶다리'란 가을에 만들어 다음 해 봄까지 이용하는 나무로 만든 임시 다리다. 여기서 '섶'은 잎이 붙은 나무를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걸어보니 폭신한 게 감촉이 좋았다. 일회용으로 쓰기에는 아까운 다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변에서 추천대(楸川臺)라 이름 붙은 정자를 만났다. 전주천의 옛 이름은 추천(楸川)이었던가 보다. 이곳은 조선 성종 때 학자였던 이경동이 이곳 고향에 돌아와 낚시를 하며 만년을 보내었던 곳이라고 한다. 후손들이 조상을 기리기 위해 정자를 세운 모양이다.

 


추천대에서 바라보이는 전주천의 풍경이 아름답다. 아래에 있는 보 때문에 물의 흐름이 약해져서인지 천은 아직도 얼어 있는 상태다. 이 물이 아래로 흘러내려가 만경강과 합쳐진다.

 


추천대 앞에는 이렇게 오래된 나무들도 있어 옛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무심코 길을 걷다 보니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었다. 천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다른 쪽 길을 따라 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연히 마전고분군이 있는 공원으로 들어갔다. 마전고분군(馬田古墳群)은 5세가 중반으로 추정되는 삼국시대의 대형무덤군이다. 현재까지 총 다섯 기가 발굴되어 전시되고 있는데규모로 볼 때 지방 호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유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고분 내부의 모습이다.

 

길을 잘못 들어 갈 길은 먼데 다리가 아파왔다. 전 같았으면 이 정도 걸음에는 끄떡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이란 게 참 반응이 빠르다. 조금만 게을러지면 금방 허물어진다. 정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게으름이나 나태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봄이 다가오면 새 기분으로 시작해야겠다.

 

빠른 걸음은 아니었지만 천변을 따라 세 시간여를 걸었다. 엉뚱한 길로 들어 의외의 장소에도 가 보고 오랜만에 유유자적 산책의 즐거움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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