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법원 판결은 정당하다

샌. 2010. 1. 21. 11:59

지난 연말부터 어제까지 의미 있는 법원 판결이 잇달아 이어졌다. 무리하게 보였던 검찰의 기소가 법원으로부터 정당한 판단을 받은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나 검찰측에서는 과격한 말로 비난을 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이 몇 주 사이에 시국이나 언론에 관계된 주요 판결만 해도 다섯 가지가 된다.

1. 일제고사 거부 교사에 대한 파면 취소 결정

2. 용산참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 기록 공개 결정

3. 강기갑 의원의 공무집행방해죄 무죄

4. 시국선언교사 무죄

5. 광우병에 대한 'PD 수첩' 보도 내용 무죄

작년 교사의 시국선언에 대해서 정부는 여러가지로 협박을 하면서 서명하는 것을 방해했다. 그들이 내건이유는공직자의 정치활동 금지와 복종의 의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서명을 함으로써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소가 들어도 웃을 황당한 소리도 해댔다. 그러면서 선언을 주동한 100명이 넘는 교사를 고발하고 해임시켰다. 그런데 이번 판결로 교사의 시국선언이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았으며 표현의 자유라는 틀 안에서 수용되어야 함을 보여 주었다. 교사들을 순치시키고 입을 다물게 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이번 판결로 무력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지방법원의 1심 판결이지만 그 파급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을 자신들 입맛대로 통제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지금까지 집요하게 계속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PD 수첩' 손보기였는데 이것 역시 이번에 제동이 걸렸다. 검찰이 기소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방송 내용중에는 일부 과장된 부분도 있었겠지만 전체적으로는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국민들에게 환기시키고 정부의굴욕 협상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의 비판도 용인되지 않는다면 언론의 자유는 죽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너무나 상식적 판결이지만사법부의 판단이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현실은 암담하다.

한나라당에서는 당직자라는 사람이 나서서 판사의 인성과 사상을 검증하고 법원 개혁을 해야겠다고 위협을 하고 있다. 자신들 구미에 맞지 않으면 좌파이고 척결 대상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 이런 태도야말로 정말 무서운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법원은 엄연히 삼권분립으로 독립된 기관이 아닌가. 집권당이라고 해서 무엇이나 할 수 있고 자신들이 국민 위에 있다고 착각하지 않은 다음에야 이런 오만불손한 망발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법원 판결이 절대적이고 만능인 것은 아니지만 정치인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는 있는 법이다.

'PD 수첩'을 수사했던 초기의 수사팀은 기소할 수 없는 사안이라 판단했고 지휘부와 갈등을 겪다가 담당 검사는사표까지 낸 걸로 알고 있다. 그뒤 수사팀이 교체되고 이어진 무리한 수사가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대도 검찰은 여전히 권력의 눈치를 보며 법원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지나간 권력에는 칼날을 세우고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는 벌벌 기는 검찰의 행태는 국민의 신뢰로부터 한참이나 멀어져버렸다.권력 앞에서도 당당한 검찰의 모습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좀 큰 정치를 보고 싶다. 거기서 얻을 정치적 이득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정부와 여당은 자꾸 세종시 싸움박질을 부추기고 있는 인상이다. 야당도 별로 다르지 않다.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권력의 단맛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달하는 조무래기 정치인들이 불쌍하다. 더 불쌍한 것은 그런 와중에 망가지는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마음이다. 그렇다고 정치를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밖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다가올 투표에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유권자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저들이 더 이상 착각하지 않도록 해주어야겠다. 그나마 이번 법원의 판결을 다행스럽게 지켜보면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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