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받은 휴대폰의 문자 메세지 중에서 제일 특이했던 것은 초등학교 동기인 J가 보낸 것이었다. 내용이 '경인년 새해가 밝아오네 벌써 또 한 살 더 먹는다 생각하니 억울한 생각도 드네'였다. 의례적인 기원이나 축하의 인사말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나온 '억울'이란 말이자꾸 신경이 쓰였다.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신년의 인사말로 쓰기에는생경하게 느껴졌다.
J는 동기들 중 가장 성공한 친구다. 증권회사에 다니며 고위직에도 올랐고 주식으로 돈을 모아 강남에 빌딩도 가지고 있는 부자다. 몇 해 전에 퇴직했는데 모두가 부러워 할 정도로 삶의 여유를 즐기며 산다. 자식들도 잘 컸고 건강도 우리들 중에서는 가장 나을 정도로 관리를 잘 하고 있다.친구의 입장에서 보면 행복하다고 해야 누구나 납득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속사정이라도 있는지 이 문자를 보면서 그의 마음을 이리저리 헤아려보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나이가 늘어난다고 서운하다거나 억울한 마음이 전혀 없다. 어떤 면에서는 도리어 나이가 드는 것이 감사하다. 만약 젊은 시절로 돌아가라고 하면 거절할 것이다. 젊음의 고민과 방황과 쓸데 없는 감정의 소비를 똑 같이 다시 겪기에는 너무나 버겁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다를 수도 있다. 고생해서 이제 편히 지날 때가 되었는데 나이가 들고 몸은 쇠약해지니 야속한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친구도 지금의 행복을 즐길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그게 인간의 솔직한 감정일 것이다.
옛사람이 말한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이라는 말에는 나이가 들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공부를 하려니 이미 머리가 굳었고, 제대로 효도를 하려고 하면 부모님이계시지 않는다. 돈과 시간이 있어도 늙으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우리는 흐르는 세월 속의 한 가련한 존재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