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좋은 하루 되세요

샌. 2009. 11. 19. 08:35

명색이 글이랍시고 날마다 끼적거리다 보니 가능하면 정확한 말을 찾아 쓰려고 애쓰게 된다. 또 문장이 문법에 맞지 않아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조심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잘못 알고 있는 낱말이 무척 많고 제대로 글을 쓴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내가 잘 쓰는 표현 중에 ‘좋은 하루 되세요.’가 있다. 메일이나 블로그의 댓글 인사말에서 상대방에 대해 이런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해 문법상 잘못 되었다는 지적을 L 형으로부터 받았다. 사람을 ‘하루’가 되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여행 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데 이것도 사람을 여행이 되라고 하니 적절치 않음은 마찬가지다. 또 ‘~되세요.’와 같이 명령형으로 인사를 하는 것도 어색하다고 지적해 주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 그러므로 ‘좋은 하루 되세요’는 ‘좋은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로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 되겠다. 예를 들어 ‘즐거운 휴일 되세요.’가 아니라 ‘휴일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또는 ‘휴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가 문법에 맞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좋은 하루’라는 말도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다. ‘Good morning'을 직역한 것 같은 느낌이 은연중에 들기 때문이다.


또한 자주 쓰는 말인 ‘너무’와 ‘~인 것 같아요.’도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다. 사전에 나오는 ‘너무’의 뜻은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로 부정적 의미와 연계되어 쓰인다. 예를 들면 ‘너무 어렵다.’ ‘너무 힘들다.’ ‘너무 바쁘다.’가 바른 표현이다.또한 ‘너무 슬프다.’는 맞지만 ‘너무 행복하다.’는 어색하다. ‘너무 행복하다.’는 행복해서 기분이 나쁘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렇게 아무데나 ‘너무’를 갖다 붙이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이 말에 대한 남용이 심하다. 딴에는 상대방을 칭찬한다고 ‘너무 예쁘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은 강조까지해서 ‘너무너무 예쁘다.’라고도 한다. 그런데 ‘너무 예쁘다.’라는 말은 사실 칭찬이 아니다. 그것은 ‘네 수준 이상으로 예쁘다’, 또는 ‘네가 예뻐서 기분이 나쁘다’는 뜻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인 것 같아요.’도 마찬가지다. 음식 맛이 어떠냐고 묻는데 “맛있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거나 날씨에 대해 “추운 것 같아요.”라고 하는 경우다. “맛있어요.” “추워요.”하면 될 것을 이렇게 에둘러 말 할 필요는 없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말투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몰라도 지나치게 사용되는 ‘~인 것 같아요.’도 영 듣기에 거북하다. 이런 말들을 쓸 때는 적절한 때에 사용하고 있는지 조심해야겠다.


L 형은 또 우리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은 굳이 한자어를 쓰지 말라고 했다. ‘항상’은 ‘늘’ 또는 ‘언제나’로, ‘매일’은 ‘날마다’로, ‘단어’는 ‘낱말’로 쓰는 것이 확실히 더 나아 보인다. 그렇다고 비행기를 ‘날틀’로, 대학교를 ‘큰 서당’으로 부르기에는 아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글에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정확히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다행히 그런 잘못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 조금만 수고를 하면 바른 낱말을 찾아 사용할 수 있다. 하여튼 문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의미가 정확한 낱말을 선택해서 글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써 놓은 글을 다시 읽어보면 고쳐야 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중고등학교 때 국어 교육을 어떻게 받았기에 이 모양이야.”하는 한탄도 나온다. 그렇지만 글을 쓰면서 새로운 말을 배우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것 역시 글 쓰는 즐거움 중 하나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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