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느끼한 레스토랑이냐고 툴툴거리는 남편의 식성과 마주앉아 밥을 먹었다, 생일날에 다친 마음도 밥 앞에서는 이내 맥을 못 추는 나는 이 세상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족속이다 평일보다 더 못한 기념일 소화되지 않는 속내와 날이 서는 내 눈초리에 선물 대신 뒤늦게 내미는 남편의 돈봉투를 낚아채듯 받아들었다 순간 손끝으로 좌르르- 전해오는 돈의 두께에 다친 마음이 초고속촬영을 하듯이 아물고 있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일만 악의 뿌리라지만 그것은 두꺼운 성경책 안에서나 통하는 말 돈의 위력 앞에 뭉쳐있던 내 속과 눈꼬리가 순식간에 녹진녹진 녹아났다 조금 전까지 야속하던 남편도 면죄하고야마는 나의 종교는 유물론에 더 가깝지 싶었다 내 안에서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울컥 올라왔지만 빳빳하고 두둑한 돈을 꽉 움켜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