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옷이 하나 있다. 35년 된 셔츠다. 장롱에 보관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도 입고 있다. 천에는 보푸라기가 생겼고 소매 끝은 헤져서 밖에 입고 나가지는 못하지만 집에서 입기에는 아직 무난하다. 오래된 만큼 편안해서 좋다. 이젠 정이 들어서 조강지처처럼 버릴 수 없다. 이 옷에 얽힌 기억이 선명하다. 35년 전인 1984년 봄, 서울 변두리에 있는 M 중학교에 근무할 때였다. 새로 담임을 맡은 반의 한 학생의 어머니가 학교로 찾아오셨다. 그 학생은 몸이 가늘고 얼굴이 유난히 하얬다. 어머니 얘기로는 심장에 이상이 있어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담임이 잘 살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때 학생의 어머니가 선물한 옷이다. 셔츠 주머니에는 우산 모양의 상표가 붙어 있었다. 천의 감촉이 좋고 편해서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