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집에 오면 할머니는 뭐든지 먹이고 싶어 한다. 어제는 손주가 좋아하는 짜장을 준비했다. 손주는 짜장을 밥에 비벼 먹는 짜장밥을 무척 좋아한다. 유치원과 태권도 학원에 다녀와서 배가 고팠는지 손주는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천천히 먹으라고, 안 그러면 체한다고 물을 권하면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손주는 캑캑거리더니 급기야 먹은 걸 토하고 말았다.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손쓸 겨를이 없었다. 손주는 울상이 되어 우리 둘을 번갈아 쳐다봤다. 할머니는 그릇을 치우며 놀리듯 말했다. "그것 봐. 천천히 먹으랬지. 아, 이 아까운 짜장을 어쩌나." 손주의 심드렁한 얼굴이 점점 화난 표정으로 바뀌더니 이렇게 톡 쏘는 것이었다. "할머니! 사람이 중요해? 음식이 중요해?" 우리는 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