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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륜당 은행나무(3)

동료와 단풍 든 창경궁을 산책한 뒤 명륜당 은행나무 앞에 왔다. 이 나무를 보러 올 때마다 설렌다.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지만 만날 때마다 감흥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가을이 되어 샛노랑으로 물들 때다. 지금은 녹색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중간에 있다. 가만히 바라보니 이 색깔 또한 매력이 있다. 나무 아래서는 단체로 온 여고생들이 성균관과 은행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명랑하다. 이제 갓 피어나는 청춘은 이 가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오래된 은행나무에는 유주(乳柱)가 생긴다. 마치 종유석을 닮았다. 명륜당 은행나무에도 유주가 뚜렷이 보인다. 유주는 주로 숫나무에 생긴다는데 그렇다면 명칭이 어울리지 않..

천년의나무 2019.11.06

2019년 가을 창경궁

거의 2년 만에 연락이 된 전 직장 동료 넷이 서울에서 만났다. 때가 가을인지라 내 제안으로 창경궁 단풍 감상을 겸해 고궁에 모였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반가웠고, 옛날 직장 생활 얘기에 웃음꽃이 피었다. 올 단풍은 예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창경궁만 아니라 다른 곳 단풍도 맑은 맛이 떨어진다. 그래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가을은 모든 잎이 꽃이 되는 두 번째 봄이다." 버스 타고 가는 길가에서 본 글귀다. 옳거니, 하며 무릎을 쳤다. 어쩌면 봄보다 더 화려한 계절이 가을이다. 식물은 제 마지막을 이리도 아름답게 장식한다. 억지로 하려는 게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허나 사람은 어떠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 그루 나무를 닮을 수 없다. 창경궁을 한 바퀴 돈 뒤 ..

사진속일상 2019.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