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와 단풍 든 창경궁을 산책한 뒤 명륜당 은행나무 앞에 왔다. 이 나무를 보러 올 때마다 설렌다.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나무지만 만날 때마다 감흥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제일 아름다운 풍경은 가을이 되어 샛노랑으로 물들 때다.
지금은 녹색이 노란색으로 변하는 중간에 있다. 가만히 바라보니 이 색깔 또한 매력이 있다. 나무 아래서는 단체로 온 여고생들이 성균관과 은행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까르르 웃는 소리가 명랑하다. 이제 갓 피어나는 청춘은 이 가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오래된 은행나무에는 유주(乳柱)가 생긴다. 마치 종유석을 닮았다. 명륜당 은행나무에도 유주가 뚜렷이 보인다. 유주는 주로 숫나무에 생긴다는데 그렇다면 명칭이 어울리지 않는다. 명륜당 은행나무도 역시 숫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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