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다. 나의 올해의 영화로 꼽을 만하다. 1994년, 서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은희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 영화다. 1994년은 성수대교 붕괴라는 참사가 있었던 해다. 김보라 감독의 연출력이 탄탄하고, 특히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진지하면서 따스한 시선이 좋다. '벌새'에서 주목할 캐릭터는 영지 샘이다. 은희를 진정을 다해 이해하고 위로하고 용기를 준다. 학원의 한문 강사를 넘어 인생의 스승, 멘토라 부를 만하다. 은희는 영지 샘을 만났기에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영지 샘은 서울대를 휴학한 운동권 학생이다. 그녀의 행동과 말에서는 소녀에게 주는 격려와 충고 이상의 인생에 대한 통찰이 보인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평생 철들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