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눈이 오셨다. 맛보기로 하라는 듯 눈가루가 살짝 뿌리더니 금방 그쳤다. 조금 지나니 가는 비로 변하고 첫눈은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생뚱맞게도 거실 창밖으로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며 죽음을 생각했다. 내 죽는 날에도 이렇게 눈이 오면 좋을 것 같다. 침대는 창가에 있어야겠지. 주위에 모인 사람들과 와인으로 건배하고 웃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눠야지. 소주를 좋아하지만 마지막 술잔에는 달콤한 와인이 담겨야 할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며 피식 웃었다. (며칠 전 뉴스에 사진 한 장이 떴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이 마지막 이별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었다. 손에는 모두 와인잔을 들었고, 다들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나 보다. 눈 내리는 날에 내 죽음을 연상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