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식구들 세워놓고 사내 하나 사진을 찍는다 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 히쭉히쭉 신바람 나 가족사진 찍는데 아이 들쳐업은 촌스러운 여편네는 생전 처음 일이 쑥스럽고 좋아서 발그란 얼굴을 어쩔 줄 모르는데 큰애는 엄마 곁에 붙어서 학교에서 배운 대로 차렷을 하고 눈만 때굴때굴 숨죽이고 섰는데 그 곁 난간 틈으로는 웬 코스모스도 하나 고개 뽑고 내다보는데 짐을 맡아들고 장모인지 시어미인지 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키라고 부산도 한데 - 공휴일 / 김사인 저 시절 중랑교가 무슨 볼품이 있었을까? 밑으로는 시커먼 중랑천이 흐르던, 높은 빌딩 하나 없는 서울 변두리였다. 그래도 서울 구경이라고 시골에서 올라온 한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는가 보다. 사진천국이 된 지금는 누구나 주머니에 카메라를 넣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