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손주를 보면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엄마 아빠는 나를 위해 있고, 친구나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걸 헤아릴 능력이 없다. 어린 시절에는 그렇듯 동화 나라에서 살아간다. 어른 눈에는 그런 행동마저 마냥 귀엽게 보인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개체 발생은 계통 발생을 반복한다"는 말을 배웠다. 배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구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재현한다는 것이다. 배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꼭 신체만이겠는가. 인간의 정신도 인류 여명기의 미숙함에서 시작하여 차례대로 답습하며 성장해 나가는 건 아닐까. 5백 년 전까지도 인간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굳게 믿으며 살아왔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를 거치며 사람들에게 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