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앞을 지나가며 '겨울나무'를 나직이 읊조린다. 오늘은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라는 구절에 마음이 끌리는구나. '늘 한 자리'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는 자리가 아닌가. 비가 오면 비와 한 몸이 되고, 눈이 오면 눈과 한 몸이 되고, 바람이 불면 바람과 한 몸이 된다. 너의 몸짓은 오로지 순리(順理)가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 공자가 말한 '태어나면서 아는 자[生而知之者]'가 바로 네가 아니던가.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는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