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럭저럭'이라는 말을 잘 쓴다. 누가 어떻게 지내느냐고 안부를 물어오면 부지불식간에 나오는 말이다. "그저 그럭저럭 지내." 사전을 찾아보니 '그럭저럭'은 '충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로, 그렇게 저렇게 하는 사이에 어느덧'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금 내가 지내는 상태를 그럭저럭 잘 나타내 주는 것 같다. '그럭저럭'보다 좀 더 진화한 말이 '그러려니'가 아닐까 싶다. '그러려니'에는 세상살이를 흘러가는 대로 관조하는 마음이 스며 있다. '그럭저럭'보다 내 의지가 더 탈색된 느낌으로, 체념에 가까운 태도다. [체념(諦念)은 '살필 체(諦)'에 '생각할 념(念)'으로 원래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가 아니다. 본뜻은 '도리를 깨닫는 마음'이다.] 일흔이 되니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세상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