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에서 산 일곱 권의 책 중 하나다. 한 달 만에 10쇄를 찍었으니 김훈 작가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겠다. 나 역시 작가의 문체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공감한다. 작가에게는 세계에 대한 깊은 응시와 인간에 대한 따스한 연민과 애틋함이 있다. 이 책에서는 불교적 세계관도 자주 느껴졌다. 특히 '흐름'이라는 말이 자주 나왔다. 인간의 삶도 자연의 큰 흐름과 연계하게 된다. 비교하기에 뭣하지만 김형석 선생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소설가가 훨씬 더 철학적이다. 책 제목으로 쓰는 '허송세월'이란 글은 "나는 오후에 두어 시간쯤 햇볕을 쪼이면서 늘그막의 세월을 보낸다. 해는 내 노년의 상대다"로 시작한다. 음미하고 사색하는 철학자의 글이다. 이런 말도 참 좋다."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