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에 산길 걷는 일주 코스가 있다.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짧게 다녀올 때는 뒷산을 오르지만,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낼 때는 이 일주 코스를 걷는다. 때에 따라 중간에서 내려오기도 한다. 오늘은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았다. 서울에서 좀 떨어져 있다고 한적한 것이 이 길의 장점이다. 평일에는 다섯 시간 동안 한 사람도 못 만날 때가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어서인지 가끔 사람 소리를 들었다. 이 정도라면 사람 소리도 반갑다. 내 나름으로 이 길을 '고독한 산보자의 길'이라 이름 붙이고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서 걷기에는 최고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사치스럽다. 머리를 텅 비우고 걸으면 내 마음은 뭔가의 충만함으로 들뜬다. 세상의 잡스러운 것 고요해진다. 그런 느낌이 참 좋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