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까이에 산길 걷는 일주 코스가 있다. 다섯 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짧게 다녀올 때는 뒷산을 오르지만,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낼 때는 이 일주 코스를 걷는다. 때에 따라 중간에서 내려오기도 한다. 오늘은 완전히 한 바퀴를 돌았다.
서울에서 좀 떨어져 있다고 한적한 것이 이 길의 장점이다. 평일에는 다섯 시간 동안 한 사람도 못 만날 때가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어서인지 가끔 사람 소리를 들었다. 이 정도라면 사람 소리도 반갑다.
내 나름으로 이 길을 '고독한 산보자의 길'이라 이름 붙이고 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서 걷기에는 최고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사치스럽다. 머리를 텅 비우고 걸으면 내 마음은 뭔가의 충만함으로 들뜬다. 세상의 잡스러운 것 고요해진다. 그런 느낌이 참 좋은 길이다.
이 산길에서는 옛날 광주에서 한양으로 가던 고개 세 개를 만난다. 갈마치재, 이배재, 소금재다. 그중에서 이배(二拜)재는 과거를 보러 가던 유생들이 이 고개에 올라 고향의 부모님을 향해 절을 하고, 멀리 보이는 한양의 임금님을 향해 또 절을 했다는 사연에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고개마다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을지, 잠시 숙연해진다.
산길에 철딱서니 없는 진달래가 피었다. 늦가을에 보는 진달래가 색다르다. 가끔 이렇게 돌출행동을 하는 녀석도 있어야 세상도 재미있는 게지.
* 산행 시간; 5시간 30분(11:00~16:30)
* 산행 거리; 약 12km
* 산행 경로; 상동 - 청명사 - 고불산 - 갈마치재 - 이배재 - 망덕산 - 두리봉 - 군두레봉 - 회덕동 - 보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