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단풍 절정 시기가 10월 28일이라는 기상청 발표를 믿고 북한산 부왕사지를 찾았으나 이미 시들해지고 난 뒤였다. 산의 고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중간 지대를 기준으로 잡는다면 대체로 발표 1주일 전쯤이 단풍 구경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다.
간 길에 의상능선의 일부를 걸었다. 날카로운 암봉을 지나는 맛이 재미있었다. 의상봉을 넘어 하산하는 길은 너무 험하다고 해서 국녕사를 지나는 길로 내려왔다. 젊었을 때 같았으면 모험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하나도 안전, 둘도 안전이다.
북한산은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너무 많았다.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입구에는 울긋불긋 사람의 줄이 이어졌다. 산 속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좀 조용히 말하면 좋으련만, 산을 전세낸 듯한 태도는 불쾌했다. 호젓한 산행에 익숙한 나로서는 매우 불편한 산행이었다.
부왕사지에서 바라보는 노적봉이 멋있었다. 부왕사라 부르지만 표지석에 적힌 한자는 '扶皇寺'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북한산에는 절이 유별나게 많다. 단아한 절집이 아닐 바에야 그냥 이렇게 폐사지로 있는 편이 훨씬 나아 보인다. 어설픈 복원은 절도 산도 버리는 것 같다.
의상능선에서 바라본 원효봉과 노적봉.
용출봉과 그 너머의 의상봉.
용출봉을 넘는 게 볼 때는 두려웠는데 막상 안에 드니 길이 잘 나 있었다. 북한산은 어느 봉우리 하나 감탄사가 나오지 않는 게 없다. 단지 이름값의 대가를 치르느라 사람 몸살에 시달리는 게 안스럽다.
* 산행 시간; 4시간 30분(11:30~16:00)
* 산행 거리; 약 6km
* 산행 경로; 북한산 탐방지원센터 - 계곡 - 부왕사지 - 의상능선[용혈봉, 용출봉] - 국녕사 - 탐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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