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에 구봉도(九峰島)라는 섬이 있다. 지형으로 볼 때 예전에는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통행로가 열렸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육지와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 이맘 때면 구봉도 산기슭에는 노루귀가 환하게 피어난다. 개체수도 굉장히 많다. 내가 지금까지 본 노루귀 군락 중 최대다. 구봉도에서 노루귀를 원없이 만났다. 너무 많으면 무엇을 찍어야 할지를 모른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면서도 안타까운 건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사진가의 발길과 손길에 산과 노루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는 걸까? 디카 시대가 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 것 같다. 나도 자성해 본다. 이젠 이름난 데는 찾아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