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 2

하얀 리본

무겁고 우울한 영화다. 1910년대의 평화롭고 고요해 보이는 독일의 한 작은 마을, 마을 의사가 말을 타고 가다가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줄에 걸려 다치고, 연달아 방화, 사고사, 심지어 한 아이의 눈이 도려내지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나 범인은 알 수 없다. 다른 스릴러처럼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니다. 누가 범인인지는 밝혀지지도 않는다. 조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과 억압의 구조, 그리고 어두운 인간 본성을 접하게 되면 마음이 착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1910년대의 독일의 작은 마을 이야기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도 통용되는 얘기이기에 영화의 메시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마을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속은 질식할 듯 답답하다. 전통과 ..

읽고본느낌 2010.07.16

높은 분들 위해 비워놓은 자리

난감했다.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고 우리들은 공연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시립 국악관현악단 정기 연주회였다. 여수 같은 소도시에선 자주 접할 수 없는 공연이고 더구나 우리 마을 아이들 중엔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덕양리에 사는 나는 어버이날 마을잔치 때 함께 사물놀이 공연을 했던 마을 아이들과 뒤풀이로 공연 관람을 약속했다. 드디어 공연이 있는 지난 14일, 거북공원에 도착한 우리들은 연주 모습을 잘 지켜볼 수 있는 맨 앞줄 가운데 부분에 자리를 잡았다. 오후 7시 공연이었지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아이들과 나는 5시부터 교대로 김밥이며 떡볶이를 먹으며 공연 리허설까지 지켜보았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져 오니 행사 관계자인 듯한 분이 오셔서 자리를 비켜줘야겠단다. 난 단호히 거절했다. 올지도 안 ..

길위의단상 2008.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