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를 보면 누구나 한 가지 쯤의 유년의 추억을 떠올릴 것 같다. 그런 추억이 별로 없는 나 같은 경우 탱자나무를 보면 일부러라도 그런 기억 하나쯤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니 하물며 탱자나무 울타리 집에서 살았던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싶다. 남쪽이 고향인 사람들이 탱자나무에 대한 기억을 선명히 얘기할 때면 나는 괜히 부러워진다. 경복궁 화단에서 탱자꽃을 처음 보았다. 순백의 큰 꽃이었다. 어찌 보면 온통 가시로 된 나무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게 희고 컸다. 그러나 식물의 가시는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그것은 상대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방어용이기 때문이다. 해하려고만 하지 않으면 절대 피해를 입지 않는다. 그러므로 식물의 가시는 동물의 이빨과는 다르다. 나는 그것을 수동의 미라고 부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