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식물원에서 만난 극락조화(極樂鳥花)다. 파초과의 여러해살이풀인데 위로 올려봐야 할 정도로 키가 크다. 꽃은 새 머리에 달린 깃처럼 생겼는데 색깔이 매우 화려하다. 실제로 남태평양 지방에 극락조라는 새가 사는데 꼬리가 아름답다. 둘이 닮아보이지는 않는다. 극락조화는 상상 속 극락세계에 사는 새로 그려보는 게낫다. 극락(極樂)은 불교에서 아미타불이 사는 정토다. 괴로움이 없으며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이라고 한다. 눈부시게 화려한 것은 지극한 슬픔과 통하는가 보다. 신기섭 시인은 '극락조화'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공장 다니는 친구 하나 연삭기에 코가 스친 순간 얼마나 깊이 다쳤나 슬쩍 코끝을 들어보았다고 코가 얼굴에서 뒤꿈치처럼 들렸다고 피가 터진 그의 얼굴이 이 저녁의 화단 안;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