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 4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3년동안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 1000억의 재산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 그 사람 생각을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그게 무슨 소용있어" 기자는 또 한번 어리..

시읽는기쁨 2020.08.31

길상사 연등

김영한과 백석과 법정 - 길상사(吉祥寺)가 세워진 인연이 연등의 색깔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한 사람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무소유의 꽃으로 피어난 곳이다. 환락의 장소에서 청정 도량으로 변한 기적이 우리 마음밭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씨앗은 사라지지 않고 기다릴 뿐이다. 여건이 되면 언젠가는 싹을 틔우고 수천, 수만 배의 열매를 맺을 것이다. 흰 연등은 돌아가신 분의 극락왕생 염원을 담고 있다. 그런데 길상사의 흰 연등은 세속의 집착을 버린 텅 빈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백석 시의 '흰 당나귀'와 연결되는 건 아닐까.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사진속일상 2019.05.04

성북동 한 바퀴

신현회 다섯 명이 성북동을 한 바퀴 돌기 위해 한성대입구역에서 만났다. 성북동은 서울도성 밖에서는 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서울시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길상사, 수연산방 등 단편적으로 들러본 적은 있지만, 하루를 온전히 답사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먼저 길상사를 찾았다. 길상사는 언제 찾아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도심 속 사찰이다. 이번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연등에 매료되었다. 일행이 길상사를 돌아보는 동안 나는 연등 아래서만 놀았다. 성북동에는 고급 주택이 즐비하지만, 다른 한 켠에는 달동네도 있다. 둘이 공존하는 것도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이다. 성북동성당도 잠시 기웃거렸다. 선잠단 옆에 선잠박물관에 들렀다. 선잠단은 양잠의 신인 서릉씨에게 제사를 지..

사진속일상 2019.05.02

길상사의 오후

날씨가 더워졌지만 활짝 개인 푸른 하늘이 자꾸 밖을 바라보게 만든다. 오후에는 동료와 짬을 내어 길상사와 간송미술관에 들러 보다. 불교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길상사는 요정을 하던 보살님이 기증을 해서 조성된 사찰이라고 알고 있고, 그리고 도심에 있지만 불교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해서 한번 가보고 싶었던 절이었다.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종교의 세계에서는 내부적이든 아니면 외부로 부터든 새로운 바람이 늘 불어 들어와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이든 집단이든 전통의 고수나 옳음에 대한 확신은 진리 자체의 싱싱한 생명력을 잃게 될 위험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길상사는 새로운 자극을 주는 사찰이라고 알고 있는데, 짧은 시간 겉모습만 둘러보았지만 평소에 느꼈던 이..

사진속일상 2004.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