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바. 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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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용 1

민달팽이 / 김신용

냇가의 돌 위를 민달팽이가 기어간다 등에 짊어진 집도 없는 저것 보호색을 띈, 갑각의 패각 한 채 없는 저것 타액 같은, 미끌미끌한 분비물로 전신을 감싸고 알몸으로 느릿느릿 기어간다 햇살의 새끼손가락만 닿아도 말라 바스라질 것 같은 부드럽고 연한 피부, 무방비로 열어놓고 산책이라도 즐기고 있는 것인지 냇가의 돌침대 위에서 오수(午睡)라도 즐기고 싶은 것인지 걸으면서도 잠든 것 같은 보폭으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꼭 술통 속을 빠져나온 디오게네스처럼 물과 구름의 운행(運行) 따라 걷는 운수납행처럼 등에 짊어진 집, 세상에게 던져주고 입어도 벗은 것 같은 납의(納衣) 하나로 떠도는 그 우주율의 발걸음으로 느리게 느리게 걸어간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아내가 냇물에 씻고 있는 배추 잎사귀 하나를 알몸 위에 덮어주자 ..

시읽는기쁨 200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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