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해 2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사람들 소식이 연이어 들린다. 보도에 나오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지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지병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생활비를 벌지 못하게 된 어머니는 두 딸과 함께 이승을 버렸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읽는기쁨 2014.03.13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 김종해

사라져 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안녕히라고 인사하고 떠나는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그가 돌아가는 하늘이 회중전등처럼 내 발밑을 비춘다 내가 밟고 있는 세상은 작아서 아름답다 -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 김종해 이 시를 읽으면 죽음도 노을처럼 아름다워진다. 안녕히라고 두 손 흔들며 나도 노을 타고 가벼이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소멸과 쓸쓸함 뒤에는 아름다움이 숨어있다. 그리고 우리네 인생도 짧아서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저녁 노을을 보러 앞산에 올라봐야겠다.

시읽는기쁨 200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