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보름 게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설이 있지요. 왜냐구요? 이놈들은 주로 보름 물때에 탈피를 하느라 아무 것도 먹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하여, 겉은 번지르르 해도 속은 텅 비어 있으니 그야말로 무장공자無腸公子라는 말씀이지요. 허나, 서해 어느 갯마을에는 이 속설을 살짝 뒤집은 재미난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지요. 보름달이 뜨면 괜시리 시골 처녀들이 밤마실을 나가듯 야행성 꽃게들도 먹이 활동을 나간다지요. 그런데 달빛이 하도나 밝아 물속까지 훤히 비추면서 꽃게들도 그림자를 드리우니, 아 글쎄 제 그림자인 줄을 모르는 이놈들은 등 뒤의 무슨 시커먼 물체에 화들짝 놀라 삼십육계 게걸음을 친다는 겁니다. 한참을 쫓기다 이젠 안 따라오겠지 하고 돌아보면 따라오고 잠시 바위틈에 숨었다가 나가도 다시 따라오니 참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