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순천 5

선암사 잣나무

선암사 경내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이 잣나무를 보면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역시 겨울은 상록수의 계절이다. 상록수의 사시사철 변함 없는모습에서 선조들은 지조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추사가 세한도(歲寒圖)에서그린 송백(松栢) 역시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킨다. 잣나무가 숲을 이룬 광경도 장관이지만 이렇게 홀로 서 있는 모습도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고독하지만 당당하고 늠름한 자태가 보기 좋다. 그런데 사찰의 잣나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어느 날 한 학승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祖師)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이때 조주선사는 "뜰 앞의 잣나무니라"고 답했다. 잣나무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때 선사의 눈에 띈 것이 잣나무였기 때문이었을 ..

천년의나무 2008.03.05

선암사 매화나무

전라남도 순천에 있는 선암사(仙巖寺)는 백제 성왕 7년(529)에 아도화상(阿度和尙)이 창건한 절이다. 그 뒤에 도선국사께서 현 위치에 절을 중창했다고 한다. 15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선암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매화나무가 있다. 팔상전(八相殿) 뒷편에 있는 이 매화나무는 선암매(仙巖梅)로 불리는데, 수령이 600년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매화나무라고 한다. 이번에 이 매화나무는 백양사 고불매(古佛梅), 화엄사 매화, 그리고 오죽헌의 율곡매(栗谷梅)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되었다. 선암사에는 이 매화나무 말고도 아름다운 돌담을 따라 오래된 매화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하나같이 고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아름답고 가치 높은 나무들이다. 겨울에 선암사를 찾게 ..

천년의나무 2008.02.29

낙안읍성 푸조나무

푸조나무는 나에게는 낯설다. 주로 남쪽 지방에서 자란다는 푸조나무는 내 주위에서는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안읍성의 성을 따라 돌다가 동편 객사 뒤에서 만난 멋진 나무가 푸조나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반가움은 몇 배가 더 컸다. 첫 대면이기도 해서도 그랬을 것이다. 이 푸조나무는 모양이 웅장할 뿐더러 아름답기도 하다. 겨울나무가 아름답게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수형이 멋지기 때문이다. 진한 회색의 줄기도 미끈하게 잘 뻗었다. 같이 간 동료들도 모두들 당당하고 멋진 모습에 감탄했다. 수령은 약 300여 년 정도로 보이는데 아마 낙안성을 만들 때 기념으로 심었던 나무가 아닌가 추정된다. 낙안읍성에는 이외에도 10여 주의 고목들이 더 있다. 다들 성읍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 마을의 고풍스러움을 더해주..

천년의나무 2008.02.24

낙안읍성 은행나무

낙안읍성에는 마을의 연륜만큼이나 오래된 나무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마을 중앙에 있는 이 은행나무다. 낙안읍성은 전체 모양이 배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샘도 깊이 파지 않았다. 구멍이 뚫리면 배가 침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은행나무는 배의 돛대에 해당되는 중요한 나무다. 높이 28 m, 줄기 둘레 약 10 m, 수령이 1천 년 가까이 되는 이 나무는 낙안읍성 어디에서도 잘 보인다. 성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나무다. 모양은 옆으로 퍼지기보다는 직선으로 쭉 뻗어있다. 오래 되었으면서도 나무 줄기에서는 새로운 가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도 왕성하게 살아있다는 증거다.

천년의나무 2008.02.23

송광사 고향수

송광사(松廣寺)는 신라말에 혜린(慧璘)선사에 의해 창건되었다고 한다. 그 뒤에 보조국사 지눌스님에 의해 정혜결사가 이곳으로 옮겨지면서 크게 중창되었고 한국불교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송광사는 16국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해 삼보사찰 가운데서도 승보종찰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의 큰스님만 해도 효봉, 취봉, 구산, 일각스님이 송광사에서 나셨다. 송광사 일주문을 지나면 바짝 마른 고목 한 그루가 눈에 들어오는데, 1200년에 보조국사가 송광사에 오셔서 직접 심은 나무라고 한다. 그 이름이 마른 향나무라는 뜻의 고향수(枯香樹)다. 그런데 보조국사가 돌아가시자 이 향나무도 따라 죽었고, 그때부터 스님들은 국사와 나무를 하나로 보고 무척 아꼈다고 한다. 그 까닭에 죽은 나무지만 800년..

천년의나무 2008.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