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경내에 홀로 우뚝 서 있는 이 잣나무를 보면 독야청청(獨也靑靑)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역시 겨울은 상록수의 계절이다. 상록수의 사시사철 변함 없는모습에서 선조들은 지조의 상징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추사가 세한도(歲寒圖)에서그린 송백(松栢) 역시 소나무와 잣나무를 가리킨다. 잣나무가 숲을 이룬 광경도 장관이지만 이렇게 홀로 서 있는 모습도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고독하지만 당당하고 늠름한 자태가 보기 좋다. 그런데 사찰의 잣나무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어느 날 한 학승이 조주선사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祖師)께서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이때 조주선사는 "뜰 앞의 잣나무니라"고 답했다. 잣나무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때 선사의 눈에 띈 것이 잣나무였기 때문이었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