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진안 8

물곡리 느티나무

전형적인 시골 마을 정자나무다. 나무 밑에는 주민이 쉴 수 있는 깔끔한 정자가 앉아 있다. 흠이라면 너무 도로에 연해 있어 차량 소음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전북 진안읍 물곡리에 있다. 이 마을은 뒷산 지형에서 따와서 '궁동(弓洞)마을'로도 불린다. 앞으로는 너른 들판이 펼쳐져 있어 시원하다. 나무 수령은 200년 정도 되는데 마을 역사와 얼추 비슷하다. 나무 앞에는 돌 제단이 있는데 빈 막걸리 통이 놓여 있다. 한여름에 이런 나무 아래서 바둑 한 판 둔다면 신선이 따로 없겠다.

천년의나무 2018.05.17

평지리 이팝나무

진안군 마령면 평지리에 있는 이팝나무군은 나무 자체보다는 민속적 의미가 커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 같다. 옛날에 이곳은 죽은 아이들의 무덤이었다고 한다. 죽어서라도 이밥을 많이 먹으라고 사람들은 무덤 주위에 이팝나무를 심었다. 그만큼 배 고팠던 시절이었다. 옛 무덤 자리에는 지금 마령초등학교가 들어서 있고, 몇 그루의 이팝나무가 남아 있다. 가장 오래된 이팝나무는 수령이 300년 정도 되었다. 그러나 나무의 생육 상태는 좋지 못하다. 줄기도 상하고 잎도 온전히 피우지 못한다. 꽃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슬픈 넋을 위로하느라 나무도 시름시름 앓는지 모른다. 모두 교실 수업을 하는지 운동장에는 아이 하나 없이 고요한 평지리의 봄날이었다.

천년의나무 2018.05.11

천황사 남암 전나무

천황사에서 작은 개울을 건너 포장된 산길을 10분 정도 오르면 남암(南庵)에 이른다. 이름은 암자지만 허름한 가정집처럼 생겼다. 이 암자 앞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는 전나무가 있다. 우뚝 솟은 모양이 다른 나무를 압도한다. 천황사 주위에는 오래된 전나무가 여러 그루 있다. 절 앞에는 줄기가 부러졌지만 수령이 800년이 되었다는 나무도 있다. 그러나 줄기의 굵기로 볼 때 남암 전나무와 비슷해 보인다. 천황사는 숙종(1674~1720) 때 중건하면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아마 그 시기에 심었던 전나무들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수령은 약 40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남암 전나무는 크면서 곧고도 당당하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줄기 끝이 살짝 구부려졌다. 그게 오히려 파격미로 보인다. 나무 높이는..

천년의나무 2015.10.24

용덕리 소나무

가지 몇 개가 잘려나갔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소나무다. 처음 본 순간 조지훈의 승무가 떠올랐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그런데 나무는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을 달리 한다. 원래 이곳은 용두초등학교 자리였는데 폐교되고 자연학습원이 들어섰다. 학교와 함께 마을의 보물이었던 소나무다. 나무의 키는 11m이고, 줄기 둘레는 2.8m다. 수령은 500년 정도로 추정한다. 전북 진안군 주천면 용덕리에 있다.

천년의나무 2015.10.22

대불리 느티나무

대불리(大佛里)는 진안 운장산 자락에 있다. 표지석에는 신기마을로 되어 있다. 아마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 본래 이름이 신기리였을 것이다. 이 마을 입구에 큰 느티나무 당산목이 있다. 키는 17m, 허리둘레는 4.3m다. 수령은 200년 정도인데 생기가 넘친다. 늘씬하고 호쾌하게 생겼다. 나무 주위에는 넓은 공터를 두고 밑에는 반원형의 평상을 깔아놓았다. 도로에 인접한 게 흠이긴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휴식 공간으로는 그만이다. 나무와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천년의나무 2015.10.18

신양리 느티나무

진안군 주천면을 지나다가 만난 느티나무다. 55번 국도변에 있다. 마을은 안쪽으로 들어가야 있는데 느티나무 홀로 외롭다. 예전에는 이곳에도 집이 있었을 법 하건만 도로 바로 옆이라 뒤로 물러났을지 모른다. 이 나무는 수령이 400년 정도 되었고, 높이는 27m, 줄기 둘레는 2.9m다. 보호수임을 알리는 표지석 위에 사탕과 감, 밤이 놓여 있다. 아마 마을 주민 중 누군가가 정성으로 바친 것이리라. 노거목을 대하는 마음이 홍시처럼 곱다.

천년의나무 2015.10.16

천황사 전나무

전북 진안군 구봉산 아래에 천황사(天皇寺)가 있다. 천황사는 신라 헌강왕 1년(875)에 무염국사(無染國師)가 창건했다. 지난 번에 구봉산을 올랐는데 하산할 때 천황사로 내려왔다. 천황사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전나무가 있다는데 마침 기회가 잘 만들어졌다. 절 앞에는 오래된 전나무들이 여러 그루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특별히 눈에 띄었다. 도 지정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다. 안내문에는 수령이 800년으로 되어 있다. 사실이라면 굉장한 전나무 고목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전나무는 금대암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나무 수령이 600년이니 이건 좀 과장된 듯 하다. 나무 높이는 35 m, 줄기 둘레는 5.1 m다. 그런데 줄기 윗부분이 잘려나가서 뭉툭하다. 너무 키가 커서벼락을 맞은 탓이 아..

천년의나무 2010.11.22

은수사 청실배나무

마이산에 있는 은수사(銀水寺)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실배나무가 있다. 청실배나무[靑實梨]는 우리나라 재래의 산돌배나무의 일종이라고 한다. 산돌배나무 중에서도 과실이 푸르고 맛있어서 조상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개량종 품종들에 밀려 찾아보기가 어렵다. 은수사 청실배나무는 키가 18 m에 이르고, 줄기 둘레도 3 m에 이르는 아주 큰 나무다. 전설에 따르면 이성계가 이곳에서 기도를 했다는데, 그 증표로 이 배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요사이 식으로는 중요인사의 기념식수에 해당된다.조선을 건국하기 전의이성계는 고려의 장수로서 왜구와의 전투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그가 기도를 하며 무엇을 소원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뒤로 이 배나무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소중하게 길러졌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과일..

천년의나무 2008.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