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꽃 2

동네 등꽃

차로 3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에 등꽃 명소가 있다. 차려입고 나가야 하는 게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러다가 등꽃이 지면 아쉬워할 게다. 다른 인생사와 마찬가지다. 집 가까이서도 등꽃을 볼 수 있다. 동네 산책 중에 만나지만 볼 때마다 감탄한다. 여기는 야생 상태로 자라는 등나무다. 이 나무 앞에 서면 봄은 보라색이다. 그런데 올해는 색깔이 좀 시무룩하다. 등나무는 다른 나무를 감고 오르는 덩굴식물이다. 등나무가 얼마나 힘이 세고 질긴지 잘못 등나무와 인연을 맺으면 자리를 내준 나무는 죽을 지경이 된다. 사람 세상에서도 이런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식물 세계든 인간 세계든 마음 편하게 살자면 우선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 법이다. 세상살이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등꽃을 ..

꽃들의향기 2023.05.05

등꽃

이웃에 등나무를 기르는 집이 있다. 좁은 마당에 심어진 등나무가 2 층 베란다 난간을 따라 휘감으며 집을 둘러싸고 있다. 요사이는 등꽃이 활짝 피어 그 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위를 쳐다보게 된다. 연보라빛 등꽃은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 또는 애수를 느끼게 한다.등꽃 아래서 맺어진 사랑은 왠지 슬픈 사랑이 될 것 같다. 보랏빛 눈물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이별이 될 것 같다. 사람들은 보라색에서 외롭고 슬픈 인상, 우울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느낀다고 한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등나무를 길러보고 싶다. 봄에 환하게 피어나는 꽃도 좋지만, 풍성한 잎이 만들어주는 여름그늘이 더욱 좋다. 특히요동치듯 꿈틀거리며 휘감고 올라가는 줄기의 뒤틀림은생명이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이다. 그 등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맛보는 ..

꽃들의향기 2006.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