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30분 정도 가야 하는 곳에 등꽃 명소가 있다. 차려입고 나가야 하는 게 귀찮아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이러다가 등꽃이 지면 아쉬워할 게다. 다른 인생사와 마찬가지다. 집 가까이서도 등꽃을 볼 수 있다. 동네 산책 중에 만나지만 볼 때마다 감탄한다. 여기는 야생 상태로 자라는 등나무다. 이 나무 앞에 서면 봄은 보라색이다. 그런데 올해는 색깔이 좀 시무룩하다. 등나무는 다른 나무를 감고 오르는 덩굴식물이다. 등나무가 얼마나 힘이 세고 질긴지 잘못 등나무와 인연을 맺으면 자리를 내준 나무는 죽을 지경이 된다. 사람 세상에서도 이런 관계가 있을 수 있다. 식물 세계든 인간 세계든 마음 편하게 살자면 우선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 법이다. 세상살이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등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