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4

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

아파트 현관 앞에 라일락이 활짝 폈다. 드나들 때마다 강렬한 꽃향기에 취한다. 아줌마 한 분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라일락에 휴대폰을 갖다댄다. "오빠, 라일락 향기가 기가 막혀. 냄새를 맡아봐." 이 정도 바람이라면 폰으로 냄새를 전송하는 기술이 개발될 날도 멀지 않았으리라. 라일락, 하면 고등학생이던 시절이 떠오른다. 국어 시간에 처음 배운 시가 김용호 시인의 '오월의 유혹'이었다. 곡마단 트럼펫 소리에탑(塔)은 더 높아만 가고유유히젖빛 구름이 흐르는산봉우리분수인 양 쳐오르는 가슴을네게 맡기고, 사양(斜陽)에 서면풍겨오는 것아기자기한 라일락 향기계절이 부푸는 이 교차점에서청춘은 함초롬히 젖어나고넌 이브인가푸른 유혹이 깃들여감미롭게 핀황홀한 오월 이미 60년 가까이 흘렀지만 이 시를 읊던 국어선생님의..

꽃들의향기 2025.04.24

미스김라일락

해방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1947년에 미국 군정청 소속의 식물 채집가인 미더(E. M. Meader)가 도봉산에서 자라고 있던 털개회나무의 종자를 채취해서 미국으로 가져갔다. 향기가 진하고 병해에도 강한 나무의 특성을 알아챈 미더는 이 나무를 개량하여 이름을 '미스김라일락'이라 붙였다. 당시 사무실에서 식물 정리를 도와주던 한국 여자 호칭이 '미스김'이었다고 한다. 꽃이 많이 열리도록 개량한 미스김라일락은 우리의 털개회나무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라일락이 되었다. 미스김라일락은 꽃이 맺힐 때는 진보라색이었다가 점점 라벤다색으로 변하며, 만개할 때에는 흰색으로 변하고 매혹적인 향을 발산한다. 라일락 중에서도 향기가 제일 강하지 않나 싶다. 매력적인 꽃이지만 '미스김'이라는 이름이 전하는 사..

꽃들의향기 2020.05.30

꽃개회나무

지난 번 K 형과 같이 고대산에 올랐을 때 산 정상부에서 이 꽃개회나무를 발견하고 무척 기뻤다. 마침 꽃도 활짝 만개해서 그 아름다운 야생의 자태를맘껏 구경할 수 있었다. 비탈에서 자라고 있어 위험을 무릎쓰고 나무 가까이 가서 꽃향기도 맡아 보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꽃개회인지 털개회인지 구분할 수 없었으나 뒤에 도감을 찾아보고 둘이서 꽃개회나무로 결론을 내렸다. 이 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털개회나무, 개회나무, 수수꽃다리가 있는데 이들을 합쳐 정향(丁香)나무로 부르기도 한다. 서양식 이름으로는 다들 라일락에 해당되는 나무들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미스킴라일락[Syringa patula Miss Kim]'에 관계된 아픈 사연이 있다. 해방 직후 미 군정에서 원예가로 일하던 미더 교수가 북한산을 오르다가 백..

꽃들의향기 2007.06.15